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유적지가 터키 동남쪽 아드야만 근방에 가면 있다. 바로 콤마게네 왕국 유적지이다. 콤마게네는 기원 전후 1세기쯤에 크게 번성했던 왕국으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인류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남긴 문화 유적은 참 특별하다.
페르시아 문화에 그리스 문화가 더해진 혼합 문화의 성격을 띠는 이 왕국의 특별한 유적지는 2,134m의 넴루트 산 정상에 있다. 그래서 넴루트 유적지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 오르면 안티오코스 1세(Antiochus I Soter,
BC 324~261)의 무덤을 중심으로 여러 신들의 석상들을 볼 수 있다. 산 정상에 10m에 이르는 거대한 석상들이 수없이 펼쳐진 모습은 너무나 신비하다. 이 유적은 고대 8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힌다.
물론 콤마게네 왕국의 수도는 산 정상이 아닌 유프라테스 강변의 사모사타라는 곳이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폐허가 되었고, 그나마 남아 있던 수도의 흔적들도 터키에 몰아닥친 현대식 개발 열풍으로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넴루트에 남은 유적만이 콤마게네 왕국의 유일한 흔적이다.
넴루트 산에 오르다 보면 첫눈에 산 정상처럼 보이는 자그마한 언덕이 눈길을 끈다. 이것이 바로 콤마게네 왕국의 전성기를 이루었던 안티오코스 1세 왕의 거대한 무덤이다. 높이 60m, 직경 150m 크기의 이 왕묘는 다른 소아시아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하늘로 향하고 있는 무덤의 모습은 독특한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는데, 하늘과 가장 가까이 감으로써 왕 자신이 다시 신으로 살아나리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무덤의 정상을 중심으로 사방에는 돌을 깎아 만든 성벽과 테라스가 있다. 동쪽과 서쪽 테라스에는 아름답게 조각된 부조와 신을 조각한 거대한 돌이 놓여 있는데, 멀리 땅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하늘과 가까운 천상에서 실제로 신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높이가 8~10m에 이르는 신상들은 아폴로, 티케, 제우스, 헤라클레스 등이고, 신들과 함께 왕국의 최고 통치자였던 안티오코스가 거대한 인간신의 모습으로 함께 조각되어 있다. 신상 옆에는 수호신인 사자와 독수리 석상이 함께 조각되어 있다. 아마도 2000년 전 콤마게네 왕국의 사람들은 그곳에서 성대한 종교 의식을 치렀겠다. 하지만 그 옛날 콤마게네 사람들이 어떻게 높은 산 정상에 그처럼 거대하고 아름다운 유적을 남겨 놓았는지 그저 감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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